가끔 쿵하고 가슴을 치는 곡이 있습니다. 저에게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저는 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는 봄날의 풍경과 함께 흘러나오는 그의 절절한 목소리는, 바쁜 세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그림자를 제 마음속에 드리웁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어제 일처럼 아버지와 함께 나눴던 소주 한 잔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곤 합니다.
그저 불효자인것을 아이를 낳고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시간이 주어진다면 진하게 웃고 또 웃으며 아버님께 술한잔 올리고 싶은 그런 곡입니다.
너무 일찍 제곁을 떠나 하늘에서 자유롭게 빛나고 계실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소박한 가자미 찜에 막걸리 한잔. 가끔은 아들과 기울이는 소주한잔에 간재미 무침. 늘 소박하게 약주를 드시던 아버지는 화려하고 치열한 비지니스맨 이셨습니다.
북소리처럼 쿵쿵 울리는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를 적으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곡이주는 칼칼함과 끈적거림이 벌써부터 그때의 주막에 아버지와 한잔 기울이는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곡이 저의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50대가 된 지금, '봄날은 간다'를 들으며 제가 느끼는 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인생의 맛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한 곡의 음악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 여정과 함께 나이 들고,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지 저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 시대를 초월한 위로의 목소리
'봄날은 간다'는 1953년 백설희 가수가 발표한 이래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장사익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는 '봄날은 간다'는 그 어떤 곡보다 깊은 울림과 서글픔, 그리고 묘한 위로를 선사합니다. 그의 소리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한 맺힌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듯합니다.
저는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를 처음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던 기억이 납니다. 기존의 '봄날은 간다'가 가진 애상적인 분위기에 그만의 창(唱)과 같은 목소리가 더해져,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켜켜이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듯했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는 첫 소절부터 저는 어린 시절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저를 지켜주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이 노래는 6.25 전쟁 중 작사가 손로원 선생님이 피난지 부산에서 어머니의 사진이 불에 타버린 것을 그리워하며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슬픈 배경을 가진 곡이지만, 장사익 선생님의 해석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인생의 덧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삶의 끈질김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50대가 된 지금, 인생의 많은 굴곡을 겪어보니 이 노래가 주는 의미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아버지와의 소주 한 잔, 인생의 맛을 배우다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를 들을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아버지와의 소주 한 잔 추억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말이 많은 분은 아니셨지만, 가끔 저와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실 때면 그 어떤 긴 대화보다 깊은 교감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술을 마신다는 것이 으레 어색하고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술자리는 저희 부자의 벽을 허무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생길 때면, 말없이 따라주시는 아버지의 소주 한 잔은 어떤 조언보다 큰 위로였습니다. 쌉쌀한 소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느껴지는 그 알싸함은 마치 인생의 쓴맛을 알려주는 듯했고, 이내 찾아오는 온기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는 술자리에서 거창한 말씀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힘들지?",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건강이 최고다" 같은 짧은 말들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인생의 무게를 견뎌온 아버지의 깊은 연륜과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봄날은 간다'의 가사처럼,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저희 부자만의 방식으로 서로의 인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제 곁에 안 계시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자리가 비어있는 듯한 아련함과 함께, 그 시간들이 제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음악과 소주, 50대 남자의 감성 치유
50대가 된 지금, 저는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를 들으며 혼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이제는 제가 아버지의 나이쯤 되었기에,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노래하는 '봄날은 간다'는 때로는 저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하고, 때로는 지나간 추억을 아름답게 보듬어 줍니다.
소주 한 잔과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합니다. 젊은 날의 열정,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이별, 그리고 아버지와의 소중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현재의 저를 위로하는 치유의 시간이 됩니다. 쌉쌀한 소주는 삶의 고통을, 장사익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의지를 담아내는 듯합니다. "인생은 덧없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이죠.
50대 남성에게는 이런 감성적인 배출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내면에는 여전히 여리고 외로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와 함께하는 소주 한 잔은 가슴속에 묵혀둔 응어리를 풀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저만의 '감성 충전 의식'입니다.
장사익 선생님의 '봄날은 간다'는 저에게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제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의 술잔과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지닌 노래와, 그 노래가 이끌어내는 소중한 추억이 있나요? 자유롭게 댓글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