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참 많은 음악 입니다.
그시절의 음악들을 꺼내 보면 그시절의 장면들이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마냥 신나기만 하던 캠퍼스의 아침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게 하는 음악을 찾아 봅니다.
아침을 여는 소리, 여러분에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게는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의 'Early A.M. Attitude' 선율과 함께하는 모닝커피 한 잔이 전부입니다. 이 특별한 의식은 30여 년 전, 어렴풋한 캠퍼스의 기억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앳된 얼굴로 교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에 귀 기울이던 그 시절, 손에 들린 건 쌉쌀한 자판기 커피 한 잔이었죠. 50줄에 들어선 지금, 저는 향긋한 원두커피를 마시며 그때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이 곡이 단순한 음악을 넘어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까지, 그 특별한 여정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흐릿한 기억 속, 'Early A.M. Attitude'와의 첫 만남
데이브 그루신이라는 이름은 재즈 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아마 많은 분들에게는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는 'Harlequin' 앨범을 통해 리 리트나워(Lee Ritenour)와 협업하며 'Early A.M. Attitude'를 세상에 내놓았고, 이 곡은 1986년 그래미 어워드 'Best Arrangement on an Instrumental' 부문을 수상하며 그 음악적 깊이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곡을 처음 만난 건, 그런 화려한 배경 지식 없이 오직 귀에 들리는 대로의 순수한 감동에서였습니다.
30여 년 전, 대학 캠퍼스의 교내 방송실에서 흘러나오던 이 곡은 당시 복잡했던 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낡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은 왠지 모를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청춘 특유의 고민들로 가득 차 있었죠. 벤치에 앉아 그저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옆에 놓인 자판기 커피의 뜨거운 온기에 손을 녹이곤 했습니다. 그때는 이 곡의 제목조차 몰랐지만, 그 멜로디는 저의 기억 한구석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이 곡을 다시 듣게 되었을 때, 마치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때서야 곡의 제목이 'Early A.M. Attitude'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아침의 태도', 혹은 '새벽녘의 마음가짐'이라 번역될 수 있는 이 제목은 곡이 주는 분위기와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이 곡을 제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고정 레퍼토리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맑아지고, 서두르기 바빴던 마음에 잔잔한 여유가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빚어낸 변화, 자판기 커피에서 원두커피의 향기까지
데이브 그루신의 음악과 함께하는 모닝커피는 저의 아침 루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입니다. 30년 전 캠퍼스에서 마시던 달콤하고 쌉쌀했던 자판기 커피는 이제 따뜻한 물에 정성껏 내린 원두커피로 바뀌었습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퍼지는 고소한 향기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Early A.M. Attitude'의 피아노 선율은 그 자체로 명상이 됩니다. 부드러운 피아노와 리드미컬한 드럼, 그리고 기타의 조화는 마치 잘 블렌딩된 커피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 풍성한 사운드는 커피의 깊은 여운처럼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50대의 아침은 20대의 아침과는 분명 다릅니다. 그때는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과 미지에 대한 설렘이 공존했다면, 지금은 삶의 무게와 함께 찾아오는 지혜, 그리고 잔잔한 평온함이 더 크게 자리합니다. 'Early A.M. Attitude'는 이 모든 시간의 흐름을 품어주는 듯합니다. 이 곡을 들으며 어제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때로는 다가올 하루의 작은 행복들을 상상합니다. 어떤 날은 그저 눈을 감고 음악이 주는 위로에 몸을 맡기기도 합니다. 이 짧지만 강렬한 아침의 순간들이 모여, 저는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냅니다.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애써 자신을 다독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음악과 한 잔의 커피만으로 충분한 위로와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세월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때로는 작은 것에서 오는 행복이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데이브 그루신의 음악과 함께 매일 아침 다시금 확인합니다.
나만의 아침 의식, 하루를 기분 좋게 여는 비밀
물론, 모든 이에게 'Early A.M. Attitude'가 최고의 아침 음악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아침의 리추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특정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짧은 명상이나 스트레칭, 혹은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하는 독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다가올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며, 그 시작을 어떻게 여느냐에 따라 하루 전체의 분위기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30년 전의 풋풋한 추억을 소환하며 지금의 저에게 잔잔한 행복과 영감을 안겨주는 데이브 그루신의 음악처럼, 여러분도 자신만의 'Early A.M. Attitude'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일상에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변화와 기분 좋은 활력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